20/08/2026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칼럼 - 엄마한테는 말 못 했어요. 딸에게 물려줘야 할 열 가지 상식
작년 겨울, 대학교 2학년 딸을 둔 어머니 한 분이 진료를 받으러 오셨다가, 나가기 전에 조심스럽게 물으셨습니다.
"원장님, 저희 딸이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더니 생리를 안 한 지 넉 달이 됐다는데... 그냥 두면 돌아오겠죠?"
저는 그 자리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 다음 주에 따님 데리고 오세요."
일주일 뒤, 어머니 손에 이끌려 온 딸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습니다. 검사해 보니 심한 체중 감량으로 호르몬 균형이 무너져 있었고, 다낭성난소증후군 소견도 함께 보였습니다. 진료가 끝날 무렵, 그 아이가 처음으로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사실 반년 전부터 이상하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엄마한테는 말 못 했어요. 생리 얘기를 집에서 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리고 산부인과에 가면 이상한 애 취급받을까 봐요."
어머니가 그 말에 얼마나 놀라셨는지 모릅니다. 딸이 아픈 것보다, 딸이 반년 동안 혼자 걱정하면서도 말할 데가 없었다는 사실에요.
32년 진료실에서 저는 이런 모녀를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딸은 말 못 하고, 엄마는 몰랐고, 병은 그 침묵 속에서 자랍니다. 그래서 오늘은 딸에게 꼭 물려줘야 할 산부인과 상식 열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직접 말하기 쑥스러우시면, 이 글을 그냥 보내 주세요. 엄마의 링크 하나가 딸의 평생 건강을 지킵니다.
딸에게 꼭 알려줘야 할 산부인과 상식 열 가지
첫째, 산부인과는 아픈 사람만 가는 곳이 아닙니다. 성경험이 없어도, 미혼이어도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산부인과 가는 애'라는 시선이 무서워서 병을 키우는 것이 제일 안타깝습니다. 치과 가듯이 가는 곳, 이 인식부터 물려주세요. 저희 해성산부인과에는 엄마 손을 잡고 처음 오는 10대, 20대가 많고, 성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그에 맞는 검사 방법으로 진행합니다. 첫 방문의 두려움은 진료실 문 앞까지만입니다.
둘째, 생리통은 참는 게 미덕이 아닙니다. 진통제를 먹어도 소용없고 학교나 회사를 못 갈 정도라면, 자궁내막증 같은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엄마도 그랬어, 원래 그래"라는 말이 진단을 늦춥니다.
셋째, 생리주기를 기록하게 하세요. 주기, 양, 통증은 여성 몸의 성적표입니다. 앱 하나면 충분하고, 병원에 왔을 때 이 기록이 진단을 절반은 도와줍니다. 앞의 그 대학생도 기록이 있었다면 넉 달이 아니라 한 달 만에 이상을 알아챘을 것입니다.
넷째, 석 달 이상 생리가 없으면 병원입니다. "다이어트 때문이겠지, 스트레스겠지" 하고 방치하면 호르몬 이상이나 다낭성난소증후군을 놓칠 수 있습니다. 생리가 없는 게 편하다고 좋은 것이 아닙니다. 방치된 무월경은 뼈 건강과 훗날의 임신 계획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섯째, HPV 백신은 어릴수록 효과가 좋습니다.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암입니다. 성경험 시작 전에 맞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아들도 맞을 수 있다는 것까지 알려주시면 만점입니다. 저희 병원에서도 접종과 연령별 상담이 가능합니다.
여섯째, 질은 스스로 청소하는 기관입니다. 질세정제로 속까지 씻는 것은 오히려 유익균을 죽여서 질염을 부릅니다. 바깥쪽만 물로 부드럽게. 이것만 알아도 질염이 절반은 줄어듭니다.
일곱째, 냉은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색이 노랗거나 초록빛이다, 냄새가 심하다, 가렵다. 이러면 참지 말고 진료받으라고 알려주세요. 방치하면 골반염으로 번져서 나중에 임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여덟째, 피임은 상대에게 맡기는 게 아닙니다. 피임법을 아는 것은 문란한 것이 아니라 자기 몸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콘돔은 피임과 동시에 성병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 꼭 알려주셔야 합니다.
아홉째, 성병 검사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증상이 없는 성병이 절반 이상입니다. 새로운 만남이 시작됐다면 검사받는 것이 서로에 대한 예의입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정밀 검사가 가능하고, 진료와 결과는 철저히 비밀이 보장됩니다. 딸이 혼자 와도 편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 32년 차 여의사인 저의 원칙입니다.
열째, 만 20세부터 자궁경부암 국가검진 대상입니다. 2년에 한 번, 나라에서 무료로 해 줍니다. 저희 해성산부인과는 국가암검진 기관이라 전화 한 통이면 예약됩니다. 스무 살 생일 선물로 "검진 같이 가자"는 말, 최고의 선물입니다.
침묵을 물려주지 마세요
그 모녀는 지금 함께 병원에 다닙니다. 딸은 체중과 호르몬을 회복해 가고 있고, 어머니는 얼마 전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원장님, 요즘 저희 집 저녁 식탁에서 생리 얘기가 나와요. 제가 자랄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에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그 얘기를 하고 나서부터 딸이 다른 얘기도 많이 해요."
건강 이야기의 문이 열리면, 마음의 문도 같이 열립니다. 저는 이것이 산부인과 상식 열 가지가 주는 진짜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열 가지, 많아 보이지만 핵심은 하나입니다. "네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마라. 병원 문턱을 무서워하지 마라." 우리 세대는 몰라서, 부끄러워서 참았지만, 우리 딸들에게는 그 침묵까지 물려주지 맙시다.
이 글을 딸에게, 조카에게, 이제 스무 살 되는 그 아이에게 보내 주세요. "사랑해서 보낸다"는 말 한마디 붙여서요.
딸의 첫 산부인과, 해성산부인과가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