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7/2026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칼럼 - 노년에도 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진료실에 72세 여성이 남편과 함께 들어왔습니다.
아내는 폐경 이후 질건조증과 성교통이 심해져 부부관계를 오래 피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75세였고, 고혈압과 당뇨약을 복용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발기가 예전 같지 않아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따로 이야기했습니다.
아내가 먼저 말했습니다.
“원장님, 남편이 싫은 건 아니에요. 관계할 때 너무 따갑고 아파요. 한 번 하고 나면 며칠 동안 소변 볼 때까지 쓰라려요. 그래서 남편이 다가오면 저도 모르게 몸이 굳어요.”
남편은 다른 방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내가 자꾸 피하니까 이제 저를 남자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도 예전처럼 잘되지 않으니까 괜히 시도했다가 실패할까 봐 겁이 납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무 말도 하지 않다 보니 각자 다른 오해 속에 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또 아플까 봐’ 피했고, 남편은 ‘또 실패할까 봐’ 피했습니다.
겉으로는 성관계가 사라진 부부였지만, 실제로는 두 사람 모두 여전히 서로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몸이 예전과 달라졌고, 그 변화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던 것입니다.
저는 두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두 분의 사랑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몸의 방식이 달라진 것입니다.”
노년의 성은 젊음의 흉내가 아닙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많은 것을 잃어갑니다.
젊을 때는 당연했던 체력과 피부의 탄력, 빠른 회복력, 깊은 잠과 또렷한 기억력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던 일도 어느 순간부터는 몸이 먼저 대답합니다.
“이제 예전 같지 않다.”
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을 때는 성욕도, 성기능도, 성적 반응도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년을 지나 노년에 접어들면 성은 더 이상 저절로 유지되는 기능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년에도 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단순히 “아직 가능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몸이 아직 반응하고, 마음이 닫히지 않았으며, 관계가 여전히 따뜻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귀한 증거입니다.
젊은 시절의 성이 불꽃이라면, 노년의 성은 오래 끓인 차와 같습니다.
속도보다 안정감이 중요하고, 강도보다 배려가 중요하며, 성취보다 교감이 중요합니다. 빨리 흥분하고 강하게 반응하는 것보다 서로의 몸을 기다려주고, 불편함을 살피고, 안전하게 가까워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노년의 성은 젊음을 흉내 내는 일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를 다시 아껴주는 방식입니다.
성기능은 성기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성의 발기력은 단순히 의지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혈관이 건강해야 하고, 신경이 제대로 작동해야 하며, 남성호르몬과 수면, 스트레스 상태도 영향을 줍니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비만, 운동 부족, 약물 복용도 발기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마음은 원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때 남성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부끄러움입니다.
“내가 이제 남자가 아닌가?”
“아내가 실망하지 않을까?”
“괜히 시작했다가 실패하면 어떡하지?”
이런 불안이 커질수록 몸은 더 긴장하고, 발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여성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질과 외음부 조직이 얇아지고 건조해질 수 있습니다. 관계할 때 따갑거나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생기고, 관계 후 출혈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반복적인 방광염 증상이 동반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폐경비뇨생식기증후군, 즉 GSM이라고 합니다.
아내가 성관계를 피한다고 해서 남편이 싫어진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아내가 피하는 것은 남편이 아니라 통증일 수 있습니다.
남편이 멀어지는 것도 아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실패와 수치심이 두려워서일 수 있습니다.
노년의 성문제는 사랑이 부족해서 생기는 경우보다, 몸의 변화를 서로 설명하지 못해 생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왜 예전 같지 않아?”는 상처가 됩니다
72세 아내는 남편이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
남편은 서운해서 한 말이었지만, 아내는 그 말을 듣고 더 위축되었습니다.
‘내가 늙어서 여자로서 가치가 없어진 건가?’
반대로 남편이 발기 문제를 겪었을 때 아내도 무심코 말했습니다.
“당신 이제 안 되는 거야?”
그 한마디에 남편은 몇 달 동안 부부관계를 시도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노년의 성에서는 기술보다 말이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왜 예전 같지 않아?”라는 말은 상처가 됩니다.
“괜찮아, 천천히 하자”는 말은 치료가 됩니다.
“당신 문제 아니야?”라는 말은 문을 닫게 만듭니다.
“우리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는 말은 다시 시작하게 만듭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은 예민해지고 회복은 느려집니다. 그래서 서로의 말 한마디가 젊을 때보다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노년의 성은 몸의 기능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를 부끄럽게 만들지 않는 말, 실패를 비난하지 않는 태도, 불편함을 기다려주는 배려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부부관계의 목표를 삽입으로만 두지 마세요
두 부부에게 저는 당분간 삽입 성관계를 목표로 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대신 손을 잡고, 포옹하고, 등을 쓰다듬고, 서로의 몸을 천천히 마사지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했습니다.
아내는 질보습제와 윤활제 사용법을 배우고, 필요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혈압과 혈당, 복용 약물을 다시 확인하고 발기 기능에 대한 상담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말했습니다.
“당신이 싫은 게 아니야. 아플까 봐 무서웠어.”
남편도 대답했습니다.
“나도 당신이 싫어서 피한 게 아니야. 잘 안 될까 봐 겁났어.”
두 사람은 그날 처음으로 각자의 두려움이 사랑이 식어서 생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은 반드시 삽입과 절정으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손잡기, 포옹, 입맞춤, 따뜻한 말, 함께 누워 있는 시간도 모두 성의 일부입니다.
상대의 체온을 느끼고, 등을 토닥이고, 다정하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관계의 온도는 살아날 수 있습니다.
노년의 성은 ‘얼마나 자주 하는가’보다 ‘얼마나 편안하게 연결되어 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성기능은 건강처럼 지켜야 합니다
우리는 혈압이 높으면 약을 먹고, 혈당이 오르면 식사를 조절합니다. 골밀도가 떨어지면 운동하고, 관절이 아프면 치료를 받습니다.
그런데 성기능 문제는 부끄럽다는 이유로 오래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성은 발기 문제를 노화로만 여기고 포기합니다.
여성은 질건조와 성교통을 나이 들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참습니다.
그러나 성기능도 건강의 일부입니다.
발기 문제는 혈관 건강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질건조와 성교통은 적절한 관리와 치료로 좋아질 수 있습니다. 성욕 저하 역시 호르몬, 수면, 우울감, 약물, 관계 문제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성기능을 관리한다는 것은 단지 성관계를 오래 하기 위한 일이 아닙니다.
내 몸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나의 친밀감과 삶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로 자신을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노년의 성기능은 부부가 함께 지키는 건강입니다
성문제를 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면 관계는 더 어려워집니다.
남성의 발기 문제가 남편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여성의 질건조와 성교통도 아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두 사람의 친밀감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부부가 함께 이해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한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가 비난하거나 조급해하면 성은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한 사람이 몸의 변화를 겪고 있을 때 상대가 기다려주고, 함께 진료를 받고, 새로운 방법을 찾으면 성은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성은 혼자 보는 시험이 아닙니다.
둘이 함께 맞춰가는 삶의 언어입니다.
조금 느려져도 괜찮습니다.
예전과 방식이 달라져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부끄럽게 만들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함께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몇 달 뒤 두 사람이 다시 진료실에 왔습니다
몇 달 후 그 부부가 다시 진료실을 찾았습니다.
아내의 질건조와 통증은 이전보다 좋아졌고, 남편도 건강 상태와 약물을 조정하며 자신감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요즘은 어떠세요?”
아내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예전처럼 급하게 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더 편해졌어요.”
남편도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제는 꼭 무엇을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합니다. 손잡고 자는 날도 있고, 서로 마사지해주는 날도 있어요.”
아내가 남편을 바라보며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젊을 때보다 횟수는 줄었지만, 마음은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으며 저는 다시 생각했습니다.
노년에도 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그것은 발기와 삽입이 가능하다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혈관이 아직 반응하고, 신경이 감각을 전달하며, 몸이 체온을 느끼고, 마음이 여전히 설렘과 애정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사람의 관계가 아직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노년의 성은 젊음의 잔재가 아닙니다.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의 몸과 마음을 다시 돌보는 삶의 품격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손을 잡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서로의 체온이 그립다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노년에도 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내 몸을 소중히 관리해온 결과이고,
내 마음을 닫지 않은 용기이며,
파트너와 함께 쌓아온 신뢰의 열매입니다.
성은 젊은 사람만의 특권이 아닙니다.
성은 살아 있는 사람의 감각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언어이며, 끝까지 지켜낼 만한 삶의 품격입니다.
노년에도 서로를 원하고, 기다려주고,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축복입니다.
You can do it!